[동계/겨울][차박] 전기 X 난로(히터) X!! 자동차 하나로 떠나는 차박 후기 + 준비물품 & 주의사항
미디어 라이브러리 정리하다가 내가 후기글 쓰려고 사진 업로드 해놓고 깜빡했던 동계 차박 사진들이 있더라. 당시가 영하 5도였고 고생은 했지만 낭만 있고 재밌었던 차박으로 기억한다. 이제 가을이 됐고 날씨가 추워지면 또 동계/겨울 차박의 시즌이 올 테고 나도 추억에 이끌려 한번 더 떠나겠지. 여하튼 그때 했었던 차박을 되돌아보며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.
그날 저녁엔 다음날이 주말이기도 했고 유난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서 저녁에 차 타고 집에서 나왔다. 마침 내가 눈여겨보던 스텔스 포인트가 있어서 차박은 거기서 하기로 했고 도착하자마자 조명 세팅하고 요리 준비를 했다.
🚙차 안에서 열리는 작은 파티
집에서 챙겨 온 매운 냉동 닭발은 오늘 파티의 메인 디쉬다. 야식, 술안주로 아주 훌륭한 메뉴라고 할 수 있지. 배고픈 나는 포장 뜯어서 직화용기에 냅다 넣었지만 그것은 꽁꽁 언 벽돌 그 자체였다. 젓가락으로 살살 돌려가며 해동하니 내가 아는 닭발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.
맵찔이인 나는 매운 닭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. 체다치즈를 어느 정도 넣어줘야 매운맛과 고소함의 밸런스가 맞는 달까? 살짝 꾸덕한 텍스쳐 또한 내가 노리는 바다. 치즈가 잘 섞이게 젓가락으로 섞어주면 내 위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소리를 친다!
완성된 치즈닭발볶음은 카스 맥주와 아주 잘 어울렸고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버렸다.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음식? 도파민 대폭발이지 뭐.
자기 전에 양치질하고 누워서 한 장 찍은 사진인데 차 안의 작은 공간이지만 아늑하니 좋은 느낌이다. 차분한 재즈 힙합과 함께 잠에 들었다.
내가 알람 소리를 들어도 쉽게 깨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나를 단번에 깨운 건 혹한의 추위였다. 비몽사몽 한 나와 침낭 안에 터뜨린 핫팩은 온기를 잃어가고 있었다.
재밌는 건 창문의 안과 밖이 서리로 얼어붙었다. 얼어붙은 창문이 인상 깊었던 게 투모로우(영화)에서 나온 얼어붙은 세상 느낌이 들었다. 만약에 내가 어느 날 차박을 하다 잠들었는데 갑자기 투모로우(영화) 같은 세상이 돼서 모든 게 얼어붙고 자다가 깨어 갔을 땐 이런 느낌일까? 하는 생각이 들었다. 진짜 재밌는 경험이었다.
동계/겨울 차박은 추워도 낭만과 매력이 가득하다. 차 안에 켜놓은 램프 빛은 그날따라 따뜻하게 느껴지고 크리스마스 축제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. 차 안에서 해 먹는 요리는 겨울에 호호 불며 먹는 붕어빵과 호떡처럼, 어쩔 땐 몸을 녹여주는 포장마차 어묵 국물 같은 겨울 음식만의 감성이 있다.
봄/여름/가을 차박은 문 열기가 무섭다. 왜? 빛에 달려드는 벌레, 피 빨려고 달려드는 벌레, 음식 냄새 맡고 달려드는 벌레 등 온갖 벌레의 천국이기 때문이다. 겨울엔 벌레가 없다. 벌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차박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… 겨울은 정말이지 차박 하기 좋은 계절이다.
이번 겨울은 차박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? 인생에 한 번쯤은 추천할만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.
아래에 동계/겨울 차박에 필요한 준비물품, 주의사항을 정리해 두었으니 차박 갈 생각이 들었다면 참고하고 잘 준비하셔서 좋은 추억 만들었으면 좋겠다.
참고로 차박 준비물품들은 실제로 내가 구입해서 썼었던 제품들이고 주의사항은 내가 경험으로 깨달은 것들과 유튜브 내용들을 섞어서 정리해 봤다.
✅준비물품
수면 관련 물품
✅ 평탄화 장비
– 놀이방 매트
– 평탄화 보드
– (고경도) 평탄화 스펀지 매트
차박의 기본. 평탄화 장비와 자충 매트는 차박(눕기) 위한 기본적인 세팅이다.
난방 관련 물품
✅ 모루이 50000mAh 보조배터리 T50PD & 4 in 1 충전 케이블 (8핀 x 2, C타입, 마이크로 5핀)
✅ (알리 직구) 캠핑용 USB 3 단계 온열 슬리핑 패드, 야외 하이킹 여행용, 절연 난방 담요
✅ (알리 직구) B필러 커튼
침낭 안에 핫팩을 터서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3개 있다. 핫팩 3개를 터서 넣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입고 있는 옷 주머니에도 넣는다.
대용량 보조배터리에 USB 전기장판(난방 담요)을 연결하고 침낭 안 또는 밖에 세팅해 준다.
B필러 커튼은 앞유리로 들어오는 한기를 어느 정도 차단해 줌과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지켜준다.
편의 관련 물품
✅ 일회용품
– 고평량 종이컵(앞접시 겸용)
– 젓가락, 숟가락
– 일반쓰레기봉투
– 일반 비닐봉지
– 티슈, 휴지
– 수건
– 빨대
✅ 휴대용 양치세트
✅ 삼에스 차량용 극세사 앞유리 김서림 방지 브러쉬 기타세차도구
일회용품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… 고평량 종이컵은 말 그대로 종이컵으로도 쓸 수 있지만 두껍기 때문에 앞접시 역할도 충분히 수행한다. 젓가락, 숟가락은 요리한 음식을 먹으려면 필요하다.
일회용품 중 제일 중요한 일반쓰레기, 일반 비닐봉지는 차박하며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꼭 준비한다.
티슈, 휴지는 흘린 음식을 닦을 때 필요하며 수건은 양치, 세수 후 물기를 닦을 때 필요하다. 휴대용 양치세트가 있어야 요리한 음식을 먹고 양치하고 잘 수 있다.
수건, 삼에스 앞유리 브러시는 어디에 쓰는가? 차 안에서 숨을 쉬면 공기가 차 안의 창문에 응결되고 그것이 얼어붙는다. 차박이 끝나면 시동을 걸고 히터를 트는데 이때 얼어붙은 서리는 다시 녹아 물이 된다. 이때, 그 물을 닦으려면 수건, 삼에스 앞유리 브러시가 꼭 필요하다. 차 안의 창문에 맺힌 물이기 때문에 와이퍼로는 해결할 수 없다. 리치가 짧은 옆 유리는 수건으로, 긴 리치가 필요한 앞 유리는 삼에스 앞유리 브러시로 해결할 수 있다.
난대 없이 빨대는 왜?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차가 생각보다 높이가 낮다. 2열 시트를 접고 좌식으로 캔 음료를 마시려면 머리를 살짝 꺾어서 마셔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다. 빨대를 꽂아서 마시면 고개를 꺾지 않아도 된다. 단, 키가 작은 사람은 해당사항 없다.
그리고 이 모든 편의 관련 물품들은 폴딩박스에 보관하면 깔끔하다.
광원 관련 물품
✅ 레토 충전식 다용도 LED 랜턴 LPL-01 x 2
✅ 카트리퍼 R고리 x 5
✅ 더깔끔 LED 야외 방수 정원 작은 등 100구 10m + 리모컨 세트
차의 내부 조명은 배터리 방전 사유로 자유롭게 쓸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광원이 필요하다. 광원의 목적은 크게 차 내부의 시야 확보, 감성 채우기 용도이다.
레토 사(社) 랜턴은 시야 확보 목적으로 나머지 랜턴과 LED선은 감성을 목적으로 구매했다.
차 내부 옷걸이를 이용하거나 R고리를 설치하면 광원 설치에 용이하다.
요리 관련 물품
✅ 코멕스 아이스쿨러백 32L & 식·음료
아이스쿨러백은 식·음료를 보관하기에 아주 좋다.
썬터치 사(社) 가스버너는 초소형, 가성비가 장점이며 차 안에서 사용하기엔 최적의 사이즈다.
그리들 같은 팬은 차 안에서 쓰기엔 크고 무엇보다도 뒤처리가 귀찮기 때문에 알루미늄 직화용기를 이용한다.
🚫주의사항
🚫 15도 이하일 경우 가급적 차박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. 내 몸뚱이로 테스트해 보니 15도 이하는 난로(히터) 없이는 추웠다.
🚫 가스버너를 이용해 조리 시, 환기는 필수다. 추워도 조리할 땐 최소한의 환기를 하자. 꿀팁을 주자면 트렁크를 15도 정도 살짝 열고, 한쪽 창문도 살짝 열어서 환기를 하면 그나마 덜 춥다.
🚫 만약에 술을 마실 거면 주의하자.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추워서 집이 가고 싶을 경우 가고 싶어도 집에 갈 수 없다. 음주 상태라서 운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.
🚫 믿을 수 있는 사람들(부모님, 형제자매 등)에게 꼭 차박 중인 장소를 공유한다. 혹시라도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이다.
🚫 난로(히터) 없는 동계/겨울 차박은 ‘내기순환’ 모드를 추천한다. ‘외기순환’ 모드 사용 시, 차 내부의 온도 유지가 안 되기 때문이다. 선풍기 사망설(Korea Fan death) 마냥 내기순환으로 차박하면 질식사로 죽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차에는 공기가 통하는 구멍들이 많다. 내기순환으로 차박 한다고 질식사로 죽지 않는다. 죽었으면 내가 이 글을 어떻게 쓰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보자
🚫 호흡기가 약한 사람은 절대로 시도하지 않는다. 난로(히터) 없는 동계/겨울 차박은 어쩔 수 없이 습도 낮은 찬 공기로 호흡을 할 수밖에 없다. 임시방편으로 USB 가습기를 틀거나, 마스크를 쓰고 자거나, 아예 침낭 안으로 쏙 들어갈 수 있지만 결국 찬 공기가 호흡기에 무리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. 일어났을 때 목이 찢어지게 아픈 건 덤.😢
🚫 2024년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차박금지법에 유의한다. 코에 걸면 코걸이,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애매한 기준으로 단속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.
🚫 차박하며 발생한 쓰레기는 알잘딱깔센 하게 처리하는 매너 캠핑인이 되자. 차박금지법이 생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?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 비매너 캠핑인들이 판을 치고 다니니까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서 생긴 것이다.😡 지속가능한 캠핑·차박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매너는 꼭 지키도록 하자.